지난번에는 '분노는 왜 일어나는가?'(분노의 발생)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분노의 뿌리에 대해 소개합니다. 분노는 오늘 일어난 사건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훨씬 오래된 마음의 경험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분노를 '나쁜 감정’으로 치부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분노는 내면의 깊은 상처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경고등’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노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분노의 뿌리는 단순히 ‘화를 낼 만한 사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 감정조절 방식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1. 오래된 경험이 만든 분노의 흔적
정신분석에 의하면, 어릴 때 부모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따뜻한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늘 과도한 통제와 비난 속에서 자랐다면 마음속에 '우울한 아이'가 남게 됩니다(Bradshaw, 1990; Whitfield, 1987). 그 시절에 느꼈던 억울함과 공포, 거절감이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가, 성인이 된 지금 비슷한 자극을 받으면 과거의 상처가 터지면서 분노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화는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분노를 어린 시절의 경험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분노는 현재의 상황, 개인의 성향, 경험, 해석과 정서조절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강효신과 권정혜(2019)는 노인과 대학생을 비교하여 분노 정서조절 과정에서 연령 차이와 개인차를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릴 때 어떤 일을 겪었는가?”뿐 아니라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남아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2. 상처받은 자존감이 분노가 되기도 한다
분노의 밑바닥에는 때때로 상처받은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나를 무시했어.”
“나를 우습게 보는 건가?”
이러한 생각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자신의 가치가 위협받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침해되었다고 느끼면 분노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내면의 약함을 감추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분노를 뿜어내며 방어벽을 높이 쌓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분노를 '2차 감정'이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거칠고 공격적이지만, 그 뒤에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 숨겨둔 '1차 감정'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Bowlby, 1973). 그러나 이러한 과정 역시 사람마다 다르며, 특정한 심리 요인 하나가 모든 분노를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Kuppens et al., 2003).
3.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쌓일 때
분노는 항상 현재의 사건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쌓인 서운함과 억울함을 충분히 표현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작은 자극에도 큰 분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한마디에 지나치게 화가 났다면 실제로는 그 말 하나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반복해서 느꼈던 외로움, 서운함, 인정받지 못했다는 감정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현재 사건과 과거에 쌓인 감정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일어난 일 때문에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과거부터 쌓여 있던 감정까지 함께 올라온 것인가?”
이 질문은 분노의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할 때
분노가 오래 지속되는 데에는 사건 자체뿐 아니라 사건에 대한 해석도 영향을 미칩니다. Kuppens 등(2003)은 분노와 관련된 평가 요소로 목표의 장애, 타인의 책임, 부당함, 통제감, 적대감 등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요소가 분노의 필수조건이거나 충분조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따라서 분노를 이해하려면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실은 무엇인가?”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내가 붙잡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사건과 감정 사이에 있는 자신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분노의 뿌리'로 분노 뒤에 숨은 원인들을 소개했습니다.
분노는 나쁜 감정이 아닙니다. 문제는 분노를 느꼈다는 사실보다 그 분노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분노에 끌려가는 것입니다. 내 분노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될 때, 비로소 분노와 거리를 두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분노를 건강하게 다루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분노를 참는 것이 답일까?'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강효신, & 권정혜(2019). "분노 정서조절 과정에서 나타나는 연령차 및 개인차: 노인 집단과 대학생 집단 비교". 한국심리학회지: 발달, 32(4), 59–81.
이주일. (2003). "조직 장면에서의 분노, 불안, 우울 정서: 정서 간 유발 상황과 대처방식의 차이 및 정서의 조절과 심리적 안녕, 직무 효과 간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16(3), 19–58.
Bowlby, J. (1973). Attachment and loss: Vol. 2. Separation: Anxiety and anger. Basic Books.
Bradshaw John(2024).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오제은 역. 학지사. (원서출판 1990).
Johnson, S. M. (2004). The Practice of Emotionally Focused Couple Therapy: Creating Connection. Routledge.
Kuppens, P., Van Mechelen, I., Smits, D. J. M., & De Boeck, P. (2003). The appraisal basis of anger: Specificity, necessity and sufficiency of components. Emotion, 3(3), 254–269. https://doi.org/10.1037/1528-3542.3.3.254
Whitfield Charles(2021).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김세영 역. 빌리버튼. (원서출판 1987).
♠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과 구독으로 마음을 나눠 주세요. 5070 행복연구소는 늘 여러분의 든든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겠습니다.

'2. 정신 건강 > 분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 성경이 말하는 분노 치유 (0) | 2026.07.12 |
|---|---|
| 4. 분노가 미치는 영향 (1) | 2026.07.11 |
| 3. 분노를 참는 것이 답일까? (1) | 2026.07.11 |
| 1. 분노는 왜 일어나는가? (4) | 2026.07.08 |